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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회장님이 된다면 — UX에서 AX로, 그리고 소비의 시대

모두가 회장님이 되는 Agentic UX(실행까지 에이전트가 하는)가 오면 기존의 앱 기반 UX와 리스팅 광고 비즈니스모델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얘기했던 것이 5개월 전이다. 그때만 해도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하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도 인간이 맡기지 않는 게 있지 않겠어?" 했던 내용이었지만, 5개월 뒤 OpenClaw라는 PC 기반 범용 에이전트가 나타나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정말로 모두 회장님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PC에 국한되어 있긴 한데, 이것이 만약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앱의 해체, UX에서 AX로

가장 먼저 일어날 변화는 앱(App)의 해체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특정 앱의 아이콘을 찾고 UI를 탐험해야 했다. 하지만 에이전트 시대에는 앱이 그저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도구(Tool)로 전격 격하된다. 사용자가 내일 약속을 잡으라는 명령을 내리면 에이전트는 지도, 식당 예약, 메시지 앱을 백그라운드에서 직접 조작해 과업을 끝낸다. 화려한 UI는 사라지고 에이전트가 읽기 편한 구조화된 데이터만 남는 헤드리스(Headless) 환경이 주류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을 UX(사용자 경험)에서 AX(에이전트 경험)로 강제 전환시킨다. 기존 앱과 SaaS의 핵심 지표가 리텐션과 체류 시간이었다면, AX 시대에는 에이전트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하느냐가 승부처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보지 않으므로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에이전트가 접근하기 좋은 API의 완성도와 데이터의 정합성이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

요즘 자문을 맡고 있는 회사들에게도 M2M(Machine to Machine) 커뮤니케이션으로 넘어가는 컴퓨터 환경에 맞게 제품의 형태를 바꾸거나 확장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SaaS와 앱의 시대는 가두리 양식장(Walled Garden) 모델에 가깝기 때문에 M2M에 적합하지 않다. 물론 범용 에이전트가 이해할 수 있으면 무방하지만 거의 대부분 그런 구조로 만들지 않았고, 그런 범용성으로 인해 토큰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경제성도 떨어진다.

M2M에 적합한 API, MCP(또는 skills) 형태의 모델을 동시 지원하는 것이 확산과 성장에도 용이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로 인해 앱이라는 형태로 가지고 있던 회원·유저 DB 같은 락인(Lock-in) 가치가 무너져 기존 시대의 해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파괴적 혁신이 되고 기존 비즈니스가 클수록 검토하기가 두려운 일이 된다. 그렇지만 에이전트 마케팅 비용이 유저 마케팅 비용보다 쌀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결국은 그 길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는 검색광고 같은 리스팅 광고 모델에 치명적인 변화가 생긴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에게 수많은 광고 리스트를 보여주는 대신 맥락에 맞는 단 하나의 최적안을 골라 즉시 실행한다. 클릭을 유도할 화면 자체가 사라지니 기존의 입찰 방식은 의미를 잃고,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기 위한 AEO(에이전트 엔진 최적화)가 마케팅의 전장으로 바뀐다.

SaaS의 과금 방식 역시 사용자 수 기준(Per Seat)에서 과업 수행 건수나 가치 창출 기반으로 옮겨갈 것이다. 에이전트가 인간 수십 명의 몫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머릿수를 세는 과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 공급자는 이제 사람을 유혹하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먼저 집어 드는 날카로운 전문 도구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결국 지식 자본이 범용화되는 AI 시대에 가치는 실행의 단계를 누가 점유하느냐로 이동한다. 실무는 에이전트가 처리하고 인간은 오직 전략적 의사결정만 내리는 진정한 회장님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화면 점유율이나 체류시간의 시대가 가고 실행 점유율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기존에 꽤 크게 굴러가는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운영하기도 바쁘고 아직은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AX가 덜 되었고 사용자 레벨의 Agentic UX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뭐 그게 금방 되겠어?" 싶은데, 최근의 변화는 하루가 과거의 한 달 정도이다. 마치 인터스텔라에 나온 다른 행성 같은 곳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생산이 아닌 소비가 중심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고용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공존하는 이상한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물건은 넘쳐나는데, 그 물건을 만들던 일의 상당 부분이 재편되고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소비 여력을 잃은 대중이 외면한다면, 인공지능이 쏟아내는 그 압도적인 풍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기계에서 소비는 엔진을 돌리는 연료와 같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엔진(AI 생산성)을 가졌더라도 연료(소비)가 공급되지 않으면 기계는 멈춰 선다. 모든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이 미래에 만들어낼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건물의 가치는 입주한 상인이 내는 임대료에서 나오고, 주식의 가치는 물건을 사주는 고객이 만든 기업의 이익에서 나온다.

소비 여력이 줄어 지갑이 닫히는 순간, 이 가치의 사슬은 약해진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의 이익이 줄고, 임대료를 낼 상인이 없으면 건물의 가치도 내려간다. 생산성의 과실이 한쪽에만 쌓이면 '소비의 위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자산 가치 전체로 돌아온다. 누군가 사주지 않는 자산은 그저 숫자가 적힌 종이 뭉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역설적인 전망이 하나 나온다. 보편적 기본소득(UBI) 같은 장치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운용비 성격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돌아야 자산 가치도, 기업의 생존도 유지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 모두가 대중의 소비 여력을 지키는 것에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미래의 소득은 노동의 대가만이 아니라,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소비자'라는 핵심 역할에 대한 보상 성격을 함께 가지게 될 수 있다.

여기서 무게중심의 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만드는 능력이 희소했다. 하지만 AI가 생산의 한계를 없애가는 세상에서는 무엇을 만드는 것 자체가 특별한 능력이 아니게 된다. 대신 "누가 이것을 사주는가"가 시스템의 사활을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즉, 생산이 아닌 소비가 중심이 될 수 있다. 만드는 쪽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단연 소비자다. 소비자의 선택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고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면, 소비자는 시스템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존재로 재해석된다. 무게중심은 사람들의 지갑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바이브코딩으로 인해 웹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웹서비스의 수요를 쥔 애드테크 기업들이 잘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 변화와 궤를 함께한다. 누군가 사업을 한다면 생산성을 극대화시켜주는 접근과 함께, 수요와 소비를 구조화하는 접근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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