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자문 자리에서 Claude Code 전도를 하는 이유
요즘 투자유치 관련 자문 의뢰를 많이 받게 되어 이런저런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대체로 투자유치를 그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력과 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매출도 몇십억 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몇억 발생하고 있는 곳들이라, 왜 투자유치를 받으시려고 하냐고 여쭤보면 "개발자를 채용해서 플랫폼화를 하려고"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많다.
변동비를 잘 들여서 스케일업을 하려고 한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고정비는 솔직히 잘 회수가 되지도 않거니와 인재 유치·영입·온보딩이라는 것이 성공확률과 전환율이 높은 일도 아니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언제 매몰비용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투자유치 꼭 받으셔야 할까요?"라고 반문을 드린다.
웬만한 건 몇 시간이면 만든다
사실 웬만한 CRUD 제품은 몇 시간이면 만들 수 있고, AI 에이전트 기반의 뭔가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네스 설정해놓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에이전트 만들고 스킬 불러와서 계속해서 문제점도 직접 찾고 테스트도 하고 디버깅도 하고 업데이트도 하는 시대이다 보니, "문제 해결자"로서 누군가를 영입하려는 게 아니면 그냥 대표님만큼 시장 이해도와 문제의식, 해결 의지를 가지신 분은 없을 것이니 Claude Code로 한번 만들어보시고 나서 투자를 받든지 개발자를 뽑든지 하시라고 말씀을 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바뀌지 않는다. "네 그렇죠, 그래도 저는 개발을 모르니까... 전문가가 아니니까..."라고 하시면 앉은 자리에서 그분이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을 담은 텍스트(보통 문서들은 다 있다)를 넣고 제품을 만들고 UI도 좀 다듬어서 보여드린다. 깜짝 놀라고 공유해달라고 하지만 결국 또 배우려고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터미널 UI가 너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 Lovable로 입문을 시켜드리고 Claude Code로 넘어오게 해드리면 조금 전환율이 높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Lovable조차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몇 시간만 들이면 돌아가는 데모를 가지고 IR을 해서 설득력을 높일 수 있지만, 돈 받은 다음에 만들겠다며 애꿎은 IR Deck 워딩 같은 걸 고민한다. 그냥 데모 URL 보내주면 IR Deck은 executive summary만 보내도 될 것을. VC 심사역도 IR Deck 넣어보고 데모 만들어보고, 만드는 데 얼마 들어갈지 바로 알 것 같은데 모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AR을 두고 HR부터 고려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현명하지 않다
내가 이렇게까지 투자유치 자문 자리에 가서 엉뚱한 Claude Code 전도를 매번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를 비롯해 많은 경영자들이 투자유치를 받고 인재를 영입하고 온보딩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돈을 쓰고 원활히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생긴 지금, AR(AI Resource)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고 HR(Human Resource)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높은 멀티플로 회수가 가능한 변동비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재무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다.
"모름지기 훌륭한 리더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데려와서 그 사람에게 위임하고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고, 투자자는 거기에 투자한다." 너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전제가 있다. 내가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 나와 함께해야 할 경제적·정신적 이유를 줄 수 있어야 하고, 내가 그 사람에게 투자하는 만큼을 재무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경영자가 사업을 하는 것만큼 이 세 가지를 같이 해내는 경우는 드물다.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이나 책에 나오는 수많은 성공사례와 달리 현실에는 수많은 실패사례가 존재하지만 명문화되지도 공유되지도 않는다. 리더십은 가장 희소한 재능 중 하나인데 마치 모두가 자동차 운전처럼 노력해서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아무나 무리뉴나 펩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성장 레버는 AI 레버리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난 10년의 저금리 레버리지가 작동한 시대가 아니다. 저금리로 돈을 가져와서 인건비 쓰고 마케팅비 써서 탑라인 높이고 또 투자받고, 이런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그렇게 성공하는 케이스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나에게 투자 자문을 의뢰해온 대부분은 화려한 IR 테크닉과 캐릭터나 배경을 가진 분들이 아니고 현장 기반으로 마케팅 능력이나 영업력으로 실사구시 하시는 분들이라, 내 경험상 별로 자본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기에 그런 방식의 성장 방식이나 경영 방식이 애시당초 맞지가 않는다.
지금의 성장 레버 중 가장 좋은 것은 AI 레버리지이다. 1억의 인건비가 들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30만원에 해결할 수 있다면 9,970만원을 무이자 대출받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실제로 그러한 것을 나는 매일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 AI 레버리지의 효능은 비개발자 출신의 경영자에게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하고 팔고 키우는 것에 익숙하다. 더러 제품이 없더라도 가치를 만들어내서 그것을 해결해왔고, 그것을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증명한 경우가 많다.
부디 실사구시를 잘하고 있는 많은 비개발자 경영자, 매니저들이 Claude Code를 통해 새로운 자원운용효율의 세계를 만나고 EBITDA 마진을 개선시키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래본다. 돈 받아서 인재 영입하고 인건비 써서 회사 키운다는 방정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변동비 중심 성장구조를 잘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굳이 돈을 에쿼티로 받을 필요도 없고, 이익이 잘 나니까 대출(Debt Financing)을 받아도 된다. 그 또한 AI 시대의 새로운 레버리지가 될 것이다.
HR에서 AR로의 전환은 본인이 해보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알 수 없는 세계이다. 그리고 이 AR이라는 관점은 앞으로의 10년에 있어 경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HR보다 중요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