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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커뮤니케이션·홍보(PR)의 AI 전환 — 위기 대응과 메시지 일관성에서 나타나는 변화

홍보(PR)와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오랫동안 톤과 타이밍의 감각으로 평가받는 영역이었다. 보도자료 문구 하나, 위기 발생 후 첫 입장문이 나오는 시점 하나가 평판을 가른다는 통념 때문에 이 기능은 계량화에 가장 느리게 노출된 부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이 기능은 바깥과 안쪽에서 동시에 속도 압박을 받고 있다. 바깥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사건의 확산 속도를 사람의 대응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만들었고, 안쪽에서는 생성형 AI 도구가 보도자료 초안, 미디어 모니터링, 메시지 점검 같은 업무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제는 이 두 압박이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전략적 준비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들 쓰고 있지만, 전략은 따로다

시션(Cision)이 미국과 영국의 PR 전문가 약 600명을 조사해 2026년 1월 발표한 '인사이드 PR 2026(Inside PR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1퍼센트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용도별로는 아이디어 구상(73퍼센트), 작성한 글 다듬기(68퍼센트), 미디어 모니터링(40퍼센트) 순으로 많이 쓰인다고 보고됐다. 비슷한 시기 머크랙(Muck Rack)의 별도 조사에서는 생성형 AI 사용률이 76퍼센트로 다소 낮게 나왔는데, 두 조사는 표본과 설계가 다르므로 수치 자체보다는 '압도적 다수가 이미 쓰고 있다'는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 높은 사용률이 조직적 준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미국·영국 대기업의 사내 커뮤니케이션·대외협력(Corporate Affairs) 리더 201명을 대상으로 2026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퍼센트가 자신의 조직이 AI 전환을 주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8퍼센트는 스스로 자기 조직을 'AI 후발주자'로 규정했다. 동시에 같은 조사에서 BCG는 이 기능에 AI를 제대로 도입하면 과업 단위에서 26~36퍼센트, 업무 전체 프로세스 단위에서는 34~47퍼센트의 생산성 개선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수치는 BCG가 기초 역량이 갖춰졌다는 전제 위에서 내놓은 추정치이며, 실제로 그 전제를 충족한 조직이 얼마나 되는지는 같은 조사에서 드러난 88퍼센트의 준비 부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응답자들이 꼽은 장애요인은 새 기술이 아니라 낡은 운영 모델, 팀 내 AI 역량 부족, 제한된 예산이었다. 도구는 이미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데, 그 도구를 조직 차원에서 쓸 체계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위기 대응의 속도 문제

이 기능에서 속도가 가장 극적으로 시험받는 순간은 위기 상황이다. 2025년 여름 한 콘서트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전 세계적 화제가 된 일(이른바 '애스트로노머-콜드플레이' 사건)은 업계에서 2025~2026년 위기관리의 기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사건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예전에는 하루이틀 걸리던 확산이 지금은 몇 시간 안에 끝난다는 것이다. 에델만(Edelman)의 디지털 위기 대응 총괄을 지낸 데이브 플리트(Dave Fleet)는 레이건(Ragan)의 AI 호라이즌스 콘퍼런스에서 AI가 허위정보·조작정보의 확산 위협을 '크게 증폭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며, 위기 대응에서 속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자리에서 AI가 실시간으로 여론의 흐름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대응을 보조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최종 판단에는 사람의 감각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속도 논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2025년 4월 영국 유통업체 마크스앤드스펜서(Marks & Spencer)가 겪은 사이버공격 사태는 AI 도구와 무관하게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명료함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초기 대응은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온라인 주문 중단이 길어지는 와중에 후속 소통이 더뎌지자 고객 신뢰가 흔들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AI가 들어오기 전에도 이미 존재했던 '느리고 불분명한 소통'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AI 도구가 해결해준다는 벤더들의 주장이 아직 구체적 사례로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블로그들이 AI가 사고 발생부터 공식 대응까지의 시간을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 줄여준다고 자주 언급하지만, 이 주장을 특정 기업의 검증된 수치로 뒷받침하는 자료는 찾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AI가 여론 모니터링과 초안 작성의 속도를 높여주는 보조 수단이라는 점까지는 근거가 있지만, 위기 대응 전체를 자동화했다는 증명된 사례는 아직 드물다.

메시지 일관성이라는 별도의 문제

속도와는 별개로, AI가 이 기능에 던지는 또 다른 과제는 메시지 일관성이다. 다트머스대학교 터크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이 소개한 연구는 AI가 보도자료, 소셜미디어 게시글, 내부 공지 같은 여러 채널의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해 메시지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지를 사람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짚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수십 개 채널의 표현을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AI는 그 작업을 상시로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기술에는 거꾸로 된 위험도 함께 따라온다. 메시지 관리 도구를 만드는 글린(Glean)은 자사 분석에서, 승인된 메시지가 하나의 명확한 기준 문서에 정리되어 있고 AI가 그 문서를 근거로 초안을 쓸 때만 일관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기준이 되는 원본 메시지 자체가 불명확하거나 낡아 있으면, AI는 그 오류를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채널에 퍼뜨린다. 결국 AI 도구가 메시지 일관성을 개선하는지 악화시키는지는 도구 자체의 성능보다, 그 조직이 애초에 '무엇이 공식 입장인지'를 명확하게 관리해왔는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 커뮤니케이션 조직에 지식베이스가 없으면 AI가 대신 지식베이스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없는 기준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한국 시사점

한국 기업의 홍보·커뮤니케이션 조직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보도자료 초안 작성이나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은 이미 상당히 보편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BCG 조사가 짚은 간극, 즉 개인 차원의 사용률과 조직 차원의 전략적 준비도 사이의 격차는 한국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AI 기반 모니터링이 '무엇이 터졌는지'를 빨리 알려주는 것과, 그 상황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을 '무엇이라고 말할지'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후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 영역으로 남는다. 조직이 먼저 손봐야 할 것은 AI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어떤 표현이 승인된 메시지이고 어떤 표현이 아닌지를 명확히 정리해둔 기준 그 자체다. 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AI 도구만 들이면, 속도는 빨라지되 방향은 더 쉽게 어긋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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