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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의 AI 전환 — 임대 공간 운영 최적화에서 나타나는 변화

하이브리드 근무가 자리를 잡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기업의 사무공간은 여전히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25년 2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20.6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2026년 3월에는 17.8퍼센트로 다소 내려왔다는 조사가 있지만, 이는 공급이 줄어든 결과이기도 하다. 뉴마크(Newmark)의 데이터에 따르면 1인당 사무공간은 2020년 대비 7.5퍼센트 줄었고 평균 임대 면적도 10.5퍼센트 작아졌다. 콜리어스(Colliers)와 코어넷 글로벌(CoreNet Global)이 기업 부동산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1퍼센트 이상이 하이브리드 근무로 공간 수요가 최소 20퍼센트 줄 것이라 예상했고, 19퍼센트는 40퍼센트 이상 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대부분 '예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금 쓰고 있는 공간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기업은 많지 않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1순위인데, 데이터는 2순위다

JLL이 84개 기업(총 7억 1,600만 평방피트 규모의 포트폴리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글로벌 점유 계획 벤치마크 조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3년 연속으로 기업 부동산 조직의 최우선 과제 1위였고 응답자의 71퍼센트가 이를 꼽았다. 그런데 2위로 올라온 과제가 '공간 데이터 정확도 개선'이다. 최적화를 하고 싶어도 그 전에 어디에 얼마나 공간이 비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는 더 눈에 띄는 숫자를 보여준다. 점유 계획(occupancy planning)에 AI를 적용한 기업 중 70퍼센트 이상이 아직 파일럿조차 시작하지 못했고, 그중 40퍼센트는 아예 기술 검토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파일럿을 넘어 실제 최적화나 확산 단계로 간 기업은 전체의 8퍼센트에 불과했다. JLL 쪽 담당자는 보도에서 결국 데이터의 신뢰도가 AI 분석 결과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공간 관리뿐 아니라 거의 모든 AI 전환(AX) 사례에서 반복되는 진단이다.

대형 중개사들이 만든 분석 엔진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쪽은 기업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부동산 서비스사들이다. CBRE는 대화형 AI 플랫폼 '엘리스 AI(Ellis AI)'와, 고객의 포트폴리오 데이터에 시장 정보를 결합해 비용 절감 기회를 찾아내는 '포트폴리오 옵티마이저(Portfolio Optimizer)'를 운영하고 있다.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포트폴리오 플러스(Portfolio+)'라는 도구를 통해 각 사업장을 지리적 중복도, 임대 계약 시점, 비용 벤치마크, 실제 점유율 네 가지 기준으로 채점하고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회사가 공개한 사례 연구 중 하나(익명의 공공기관 고객)에서는 상위 10개 개선 대상 사업장군에서 연평균 25퍼센트의 비용 절감이 나타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일 사례이며 일반화된 평균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 도구가 하는 일은 공통적으로 세 단계다. 뱃지 출입 기록이나 센서로 수집한 실제 점유 데이터를 모으고, 임대 계약의 만료 시점과 조건을 정리하고, 이 둘을 시장 임대료·공급 데이터와 겹쳐 '이 사업장은 줄이거나 통합할 여지가 있다'는 식의 우선순위를 뽑아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작업을 부동산팀이 엑셀과 현장 설문으로 몇 달에 걸쳐 했는데, 이제는 상시로 갱신되는 대시보드가 그 일을 대신한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움직이나

사무공간은 대부분 기업의 판관비 중 임대료·관리비·에너지 비용으로 잡히는 고정비 항목이다. 고정비는 매출 변동과 무관하게 나가기 때문에 한 번 줄이면 그 효과가 계속 누적된다는 특징이 있다. AI 기반 공간 분석이 재무에 기여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가장 직접적인 임대 면적 축소다. 실제 점유율 데이터를 근거로 임대 계약 갱신 시점에 면적을 줄이거나 저활용 사업장을 통합하는 협상력이 생긴다. 둘째는 에너지·유지보수 비용이다. 출처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지만(일부 자료는 10~30퍼센트, JLL 자체 자료는 15~25퍼센트대 절감을 제시한다), 예지보전형 설비 제어가 공실 구간의 냉난방·조명 비용을 줄여준다는 방향성은 공통적이다. 셋째는 의사결정 속도다. 과거에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재검토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상시 갱신되는 데이터가 있으면 임대 재계약이나 사옥 이전 같은 큰 의사결정의 주기를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이 세 경로 모두 공개된 수치는 개별 사례 연구 수준이고, 산업 전체에 적용되는 검증된 평균값은 아니다.

한계와 미지수

가장 큰 간극은 도구와 실제 활용 사이에 있다. CBRE, JLL,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모두 상용 AI 도구를 내놓았지만, 정작 고객사들의 AI 적용률은 8퍼센트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공간 관리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누가 공간 데이터를 소유하고, 누가 통합·폐쇄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가 불명확한 조직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분석 도구를 들여와도 결론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반론도 있다. CBRE는 자사 보고서에서 AI가 사무공간 수요를 꼭 줄이는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AI 인프라와 관련 인력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우량 입지의 프리미엄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준 1인당 평균 면적은 최근 수년간 22퍼센트 줄었지만 미국만 보면 2퍼센트 감소에 그쳤다는 CBRE 자체 데이터도 있다. 공간 수요가 일방적으로 줄어드는 단순한 그림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국내 기업의 사무공간 의사결정은 여전히 실측 데이터보다 관성과 상징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본사 사옥 규모가 기업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던 관행이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이후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AI 분석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은 거창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출입 기록이나 좌석 예약 시스템처럼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공간 활용률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해외 대형 중개사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데이터 정리 없이 들여온 AI 도구는 포트폴리오 최적화 우선순위 1위와 데이터 정확도 과제 2위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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