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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Tax)팀의 AI 전환 — 법인세 신고와 세무조사 대응에서 나타나는 변화

세무 업무는 겉보기에 AI가 들어가기 가장 쉬운 영역처럼 보인다. 법인세법과 신고 기한은 문서화된 규칙이고, 계산 로직도 명확하다. 그런데 최근 조사들을 보면 세무 조직은 오히려 AI에 대한 기대와 실제 사용량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큰 부서로 꼽힌다.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 산하 연구소가 2026년 3월 내놓은 '2026 기업 세무부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세무 담당자들은 AI가 업무의 중심이 되는 시점을 1~2년 안으로 내다본다고 답했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나온 응답이 3~5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는 조사 대상 세무부서의 64%가 여전히 "혼란스럽거나 반응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기대는 빠르게 앞당겨졌는데 실제 업무 방식은 거의 그대로라는 뜻이다.

왜 세무 업무는 규칙이 명확한데도 AI가 더디게 들어가나

이 간극의 원인은 세무 업무의 성격에 있다. 법인세 신고는 관할마다 규정이 다르고, 입력이 돼야 할 데이터는 회계·영업·인사·법무 시스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규칙은 명확하지만 그 규칙에 넣을 데이터를 모으는 일 자체가 오래전부터 세무 업무의 병목이었다. 톰슨로이터 보고서는 조사 대상의 67%가 기술 투자로 더 선제적인 세무 업무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답했지만, 그 전환 속도가 담당자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프러스트레이션 갭(frustration gap)'을 핵심 결론으로 짚었다. 예산 제약과 조직의 관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해 나온 '2026 세무전문가 현황 보고서'에서는 세무 전문가의 57%가 AI를 2026년 가장 중요한 기술 투자 항목으로 꼽았는데, 이는 2년 전 조사의 35%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투자 의지는 분명히 커졌지만, 그 의지가 실제 업무 방식 전환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 — IBM 세무팀의 사례

이 병목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IBM 자체 세무부서다. IBM은 2025년 4월 컨설팅사 EY와 함께 AI 기반 글로벌 세무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공개했는데, 이 솔루션을 가장 먼저 적용한 곳이 IBM 자신의 세무조직이었다. IBM 부사장 겸 최고세무책임자(Chief Tax Officer) 칸티 모리시(Kanthi Morrissey)는 IBM 세무부서가 전 세계 수백 개 법인에 걸쳐 수천 건의 세무 신고서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세부 데이터가 서로 다른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솔루션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지능형 세무 데이터 레이크(Intelligent Tax Data Lake)'는 흩어진 거래 데이터를 신고에 쓸 수 있는 형태로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모리시는 EY와의 작업을 통해 IBM이 AI 활용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언급했는데, 처음에는 계약서를 읽거나 세무당국에 보낼 답변 문서를 작성하는 보조 역할을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장 큰 효과는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공정 자동화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IBM과 EY 측은 이 솔루션으로 연간 수만 시간의 수작업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두 회사가 직접 낸 수치라 독립적으로 검증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세무 조직의 AI 도입이 신고서 작성이나 세법 해석 같은 '지적인' 업무보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합성을 맞추는 '기초 공정'에서 먼저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세무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구간은 판단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과 대조이기 때문에, AI가 먼저 손을 대야 하는 지점도 거기다.

세무조사 대응에서 나오는 숫자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부분

세무조사·세무당국 서신 대응 영역에서도 벤더들이 내놓는 수치가 있다. 톰슨로이터는 2026년 1월 출시한 AI 기반 판매·사용세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에 대해, 초기 고객사 기준으로 정기 보고 업무 시간이 최대 65% 줄고 세무조사 노출도가 최대 75% 줄었으며, 대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처리 기간이 30일에서 11일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플랫폼 업체 V7도 세무당국 서신 대응 업무에서 전통적으로 통지서 한 건당 5~10시간이 걸리던 작업이 AI 에이전트 적용 후 30분 안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두 수치 모두 해당 기업이 자사 제품을 두고 내놓은 자체 추정치이며, 제3자가 독립적으로 재현해 확인한 자료는 아니다. 세무 영역에서 공개된 성과 수치는 아직 대부분 벤더가 직접 낸 것이고, 학계나 감독기구가 별도로 검증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중견·대기업 세무조직도 사정은 비슷하다. 법인세·부가가치세 신고, 이전가격 문서화, 세무조사 대응에 필요한 데이터는 회계·영업·생산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그 데이터를 모으고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실제 세법 판단보다 훨씬 긴 경우가 많다. IBM 사례가 시사하는 순서는 분명하다. 신고서 작성이나 세법 해석을 AI에 맡기는 것보다 먼저,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세무 관련 데이터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먼저다. 그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신고 자동화나 세무조사 대응 자동화를 먼저 들이면, 벤더가 제시하는 수치와 실제 업무 체감 사이의 간극만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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