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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대기업의 AI 도입 격차 — 예산이 아니라 무엇이 갈랐나

중소기업이 AI 도입에서 뒤처지는 이유를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은 예산이다. 대기업은 전담 조직과 외부 컨설팅을 쓸 돈이 있고, 중소기업은 라이선스 비용 하나도 부담스럽다는 식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나온 여러 조사를 겹쳐 보면 이 설명은 절반만 맞는다. 중소기업의 AI "사용"은 이미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격차는 다른 지점, 그 사용을 실제 성과로 바꾸는 단계에서 벌어진다.

쓰고는 있다 — 접근의 격차는 생각보다 작다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1만 개의 중소기업"이 뱁슨 칼리지, 데이비드 바인더 리서치와 함께 2026년 1~2월 미국 50개 주의 중소기업 운영자 1,256명을 조사한 결과, 76퍼센트가 현재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AI를 쓴다고 답한 운영자의 93퍼센트는 실제로 사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고, 84퍼센트는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미국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이 매달 진행하는 기업 동향·전망 조사(BTOS)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2026년 5월 발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AI 사용률은 17~20퍼센트 구간이고, 250인 이상 대기업은 37퍼센트, 100~249인 기업은 32퍼센트로 집계됐다. 20인 이상 기업에서는 최근 반년 사이 사용률이 꾸준히 올랐지만 20인 미만 기업은 눈에 띄게 늘지 않았고, 4인 이하 기업은 20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즉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사용률이 높은 경향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격차가 "중소기업은 AI를 거의 안 쓴다"는 통념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는 점이 두 조사를 같이 보면 드러난다. 미국 중소기업청(SBA) 산하 기구가 정리한 자료에서도 2024년 초에는 대기업의 AI 사용률이 중소기업의 1.8배였지만 2025년 중반에는 그 격차가 줄어드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조사마다 "AI 사용"을 묻는 질문 문구와 표본이 달라 숫자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중소기업이 AI 도구 자체에 접근하지 못해서 뒤처진다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약하다.

격차는 "쓴다"와 "조직에 박혀 있다" 사이에서 벌어진다

문제는 깊이다. 같은 골드만삭스 조사에서 AI를 쓴다고 답한 중소기업 중에서도 AI가 핵심 운영 과정에 완전히 통합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14퍼센트에 그쳤다. 나머지 다수는 특정 업무에 산발적으로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73퍼센트는 AI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추가 교육과 자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기업 쪽 조사도 같은 그림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매킨지(McKinsey)가 2025년 발표한 글로벌 AI 설문에서는 연매출 50억 달러 이상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AI를 전사 단위로 "확장" 단계까지 끌고 간 반면, 연매출 1억 달러 미만 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29퍼센트에 그쳤다. 전체 응답 기업 중 AI를 전사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두 조사를 겹쳐 보면 결론이 분명해진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AI를 써본다"는 단계는 이미 널리 퍼졌다. 하지만 그 경험을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으로 굳히는 단계로 가면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자원을 체계적으로 투입할수록 유리해지는 격차가 뚜렷해진다.

그 단계를 가르는 것은 예산이 아니라 사람과 데이터다

그렇다면 "쓴다"에서 "박혀 있다"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실제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의 AI 도입 장벽을 다룬 2025년 BASIQ 학술대회 발표 논문은 재정적 제약에 대한 인식이 실제 AI 도입 역량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고하면서, 숙련된 인력의 부족이 도입 역량과 약하지만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리한 중소기업 AI 도입 보고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용 하나만이 아니라 데이터의 질과 접근성, 직원의 역량, 경영진이 쓸 수 있는 시간, 불확실성, 외부 전문 인력 확보 여부가 서로 얽혀 장벽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중소기업이 AI 도구 자체를 못 사는 경우는 이제 드물다. 그 도구를 꾸준히 쓸 수 있는 데이터 정리 상태를 갖추고, 그 데이터를 다룰 사람을 확보하고, 경영진이 도입 과정에 시간을 투입하는지가 실제 분기점이다.

대기업이 유리한 이유도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대기업은 전담 데이터팀, 내부 교육 체계, AI 도입을 전담할 인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은 그런 인력과 체계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차이는 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시간과 조직 역량 축적의 문제다. 라이선스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이 격차가 바로 좁혀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중소·중견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중소·중견기업 AI 지원 정책은 대체로 도구 비용 지원이나 바우처 형태로 설계돼 있다. 위 조사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받아들인다면, 그 지원이 도구 구매 비용에만 집중되는 것은 절반의 해법일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이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AI를 써볼 기회가 아니라, 그 경험을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업무 흐름에 맞게 적용 범위를 좁히고, 그 과정을 꾸준히 책임질 사람을 두는 일에는 비용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원 정책이 도구 구매 지원에서 한 단계 나아가 데이터 정리와 내부 역량 구축을 지원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 격차가 보여준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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