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조직의 AI 전환 — 콘텐츠 생산과 캠페인 운영에서 무엇이 바뀌는가
오레오와 밀카(Milka) 초콜릿을 만드는 몬덜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은 생성형 AI로 광고 제작비를 30~50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밝히며 관련 기술에 4천만 달러(약 56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컨설팅사 액센추어(Accenture)와 광고그룹 퍼블리시스(Publicis Groupe)가 함께 만든 이 시스템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디지털 코어"를 액센추어가 맡고, 그 데이터를 실제 크리에이티브로 구현하는 역할을 퍼블리시스가 맡는 구조다. 미국의 칩스 아호이(Chips Ahoy), 독일의 밀카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이미 적용됐고, 회사는 2026년 홀리데이 시즌 TV 광고와 2027년 슈퍼볼까지 이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마케팅 콘텐츠부터 자동화되는가
마케팅 조직에서 AI가 가장 먼저 파고드는 곳이 콘텐츠 제작인 데는 산업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광고 제작은 브랜드마다, 시장마다, 시즌마다 같은 메시지를 조금씩 다른 소재로 반복 생산하는 작업이다.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만 달러가 드는 기존 제작 방식은 이런 반복 앞에서 비용이 그대로 누적되는 구조였다. 반면 캠페인 운영, 즉 어떤 광고를 어떤 세그먼트에 얼마나 노출시킬지 정하는 매체 집행 쪽은 사정이 다르다. 이 영역은 이미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이 수년째 자동 입찰과 타겟팅을 대행해 왔고, AI가 새로 들어갈 여지는 콘텐츠 제작만큼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지금 벌어지는 마케팅 AI 전환은 "무엇을 보여줄지 만드는 비용"을 줄이는 쪽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고, "누구에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개선에 머물러 있다.
숫자로 보면 대부분은 아직 시작 단계다
이런 개별 사례와 별개로, 마케팅 조직 전체의 전환 속도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는 훨씬 신중한 그림을 그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6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AI가 마케팅 기능 전반을 바꾸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꾼 곳은 그중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AI를 초안 작성이나 요약, 목록 정리 같은 개인 단위 업무 보조 수준에서만 쓰고 있었고, 여러 AI 에이전트가 리서치부터 소재 제작, 매체 배분, 성과 분석까지 연결해서 처리하는 다중 에이전트 캠페인 체계를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몬덜리즈처럼 특정 브랜드 라인에서 검증된 결과를 내는 회사와, "AI를 쓰고 있다"는 응답과 실제 업무 방식 사이에 간극이 큰 대다수 회사 사이의 격차가 지금 마케팅 AI 전환의 실제 위치를 보여준다.
이 격차가 재무제표에서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마케팅비 중에서 지금 움직이는 항목은 제작비, 즉 광고 소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외주 인건비와 에이전시 수수료다. 매체비, 즉 실제로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쓰는 예산은 아직 AI 전환으로 크게 줄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마케팅 조직의 AI 전환 성과를 판단할 때는 전체 마케팅비 절감률 같은 뭉뚱그린 숫자보다, 제작비와 매체비를 나눠서 각각 어느 항목이 실제로 움직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한계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
몬덜리즈 사례에서도 AI가 대체한 것은 특정 유형의 반복적 소셜 콘텐츠이지, 브랜드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아니다. 대형 캠페인의 핵심 크리에이티브는 여전히 사람이 주도하고, AI는 그 아래 파생 소재를 대량으로 만드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생성형 AI 도구를 쓰기 시작하면 광고 소재의 시각적 톤이 서로 닮아가면서 오히려 브랜드 차별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안에서 나온다. 또한 저작권이 불분명한 학습 데이터, 상표나 인물 이미지의 무단 활용 같은 법적 리스크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BCG 조사가 보여주듯 대다수 조직은 개별 업무 보조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캠페인 운영 전체를 AI 에이전트 체계로 넘기는 접근이 대규모로 검증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참고할 지점은 순서다. 콘텐츠 제작비처럼 눈에 보이는 반복 비용부터 자동화 대상으로 좁혀 보고, 캠페인 성과에 직접 연결되는 타겟팅과 매체 집행은 별도의 검증 단계를 거쳐 접근하는 편이 리스크를 줄인다. 마케팅 조직 전체를 한 번에 AI로 재설계하겠다는 접근보다, 어느 항목이 실제로 비용 구조를 바꾸는지 손익 단위로 확인하며 넓혀가는 쪽이 지금까지 나온 사례들과 조사 결과 모두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참고한 자료
- Oreo-maker Mondelez will use a new generative AI tool on marketing ads next year (Fast Company)
- Mondelēz expands generative AI marketing bets with new platform (Food Dive)
- Mondelez invests $40m in generative AI to cut marketing costs (FoodBev Media)
- Moving the Agentic Marketing Transformation from Illusion to Reality (BCG,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