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르나(Klarna)의 AI 전환 실험 — 무엇이 진짜였고 무엇이 되돌려졌나
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Klarna)의 AI 고객서비스 사례는 지난 2년간 AI 전환 논쟁에서 양쪽 모두가 자기 논거로 인용해온 사례다. 2024년에는 "AI가 인간 상담원 700명분의 일을 한다"는 홍보 문구로 도입 성공의 상징이 됐고, 2025년에는 CEO가 직접 "너무 멀리 갔다"고 인정하며 실패 사례로도 소환됐다.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 정반대 결론이 나온 셈인데, 공개된 수치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 보면 두 이야기 모두 부분적으로만 맞다.
2024년, 무엇을 어떻게 대체했나
클라르나는 2024년 2월 오픈에이아이(OpenAI) 기반의 AI 고객서비스 어시스턴트를 23개 시장, 35개 언어로 동시에 출시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출시 첫 달에만 230만 건의 상담을 처리했고, 이는 상담원 700명분의 업무량에 해당했다. 평균 문의 해결 시간은 기존 11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고객만족도 점수는 인간 상담원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재문의율은 25퍼센트 낮아졌다. 클라르나는 이 도입이 2024년 한 해 동안 약 4,000만 달러(약 56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700명이라는 숫자가 실제 해고 인원이 아니라 업무량 환산치였다는 점이다. 인력 감축의 상당 부분은 채용을 멈추고 자연 이탈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상장 관련 자료에서 클라르나는 2023년 1분기 이후 직원 1인당 매출이 152퍼센트 늘었고 상담 건당 고객서비스 비용은 40퍼센트 줄었다고 공개했다. 초기 성과 지표만 보면 AI 전환의 교과서적 사례였다.
2025년, 무엇이 되돌려졌나
방향이 바뀐 계기는 2025년 5월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브스키(Sebastian Siemiatkowski)의 발언이었다. 그는 블룸버그(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비용이 조직 설계의 지나치게 지배적인 평가 기준이 됐고, 그 결과 품질이 떨어졌다"며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후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사람과 통화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을 다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되돌린 방식이 이전 체제로의 단순 복귀는 아니었다. 클라르나가 제시한 새 모델은 콜센터를 재건하는 대신, 학생이나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부모 등이 유연한 시간대에 원격으로 근무하며 AI 도구의 보조를 받는 하이브리드 형태였다. 언론은 이를 "우버 방식(Uber-style)" 인력 운용이라고 불렀다. 즉 AI를 걷어낸 것이 아니라, AI가 전부를 처리하는 구조에서 AI가 사람을 보조하는 구조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에 가깝다.
이 반전은 2025년 9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티커 KLAR, 공모가 40달러, 조달액 약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9,000억원), 상장 첫날 시가총액 약 150억 달러(약 21조원)) 이전에 나온 조정이었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상장을 앞두고 고객 경험 관련 리스크를 먼저 정리했다는 해석과, 실제 서비스 품질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클라르나는 상장 이후 발표한 2025년 연간 실적에서 매출 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퍼센트 성장했다고 밝혔는데, 이 성장이 고객서비스 정책 조정과 얼마나 직접 연결되는지는 회사도 구체적으로 분리해 밝히지 않았다.
두 이야기가 동시에 참일 수 있는 이유
두 시점의 수치를 나란히 놓으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것을 측정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2024년의 수치(처리 속도, 처리 건수, 비용 절감액)는 정량화하기 쉬운 효율 지표였다. 반면 2025년에 무너진 것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신뢰와 이탈 방지 같은 정성적 요소였다. 상담을 2분 만에 끝내는 것과, 고객이 그 결과에 만족해 재구매하는 것은 서로 다른 지표이고, 후자는 몇 달에서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이는 고객서비스처럼 반복 거래가 매출을 좌우하는 업종에서 AI 전환 효과를 평가할 때 흔히 놓치는 지점이다. 첫 분기 비용 절감 수치는 도입 즉시 확인되지만, 그 절감이 고객 이탈이나 상표 신뢰 훼손이라는 형태로 몇 분기 뒤에 상쇄되는지는 별도로 추적해야 확인된다. 클라르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결론이 아니라, 단일 지표(비용, 처리 속도)만으로 전환 성패를 조기에 단정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에 가깝다.
한계와 남는 질문
클라르나가 공개한 수치는 대부분 회사 자체 발표나 상장 관련 자료에 근거한다. 152퍼센트라는 직원 1인당 매출 증가율이 AI 도입만의 효과인지, 아니면 이 기간 동안의 전반적인 사업 성장이 함께 반영된 결과인지는 외부에서 분리해 검증하기 어렵다. 또한 2025년의 정책 전환 이후 고객만족도나 재구매율이 실제로 얼마나 회복됐는지에 대해서는 클라르나가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기존의 순수 AI 모델보다 비용 면에서 얼마나 불리한지도 공개된 바 없다.
한국의 이커머스·핀테크 기업들도 상담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로 전환하는 흐름에 있다. 클라르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도입을 늦추라는 것이 아니라, 처리 속도나 비용 같은 1차 지표와 함께 고객 유지율·재구매율 같은 후행 지표를 같은 기간 동안 나란히 추적하는 체계를 처음부터 갖추라는 데 있다. 그래야 비용 절감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몇 분기 뒤 다른 항목에서 되갚아야 할 부채인지를 조기에 구분할 수 있다.
참고한 자료
- Klarna's AI assistant does the work of 700 full-time agents — OpenAI
- Klarna AI assistant handles two-thirds of customer service chats in its first month — Klarna 공식 발표
- Klarna turns from AI to real-person customer service — Bloomberg
- Klarna stock jumps 15% in NYSE debut after pricing IPO above range — CNBC
- Klarna Group plc Publishes Full Year 2025 Results — Klarna Investor Rel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