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이브 홀딩스는 왜 20억 달러를 더 받았나 — 오픈에이아이가 지분을 쥔 AI 롤업 지주회사
딜 개요: 벤처캐피털이 지주회사가 된 사연
2026년 8월 12일, 테크크런치(TechCrunch)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스라이브 홀딩스(Thrive Holdings)가 소프트뱅크(SoftBank), D1 캐피털 파트너스(D1 Capital Partners), 알티미터 캐피털(Altimeter Capital) 등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8,500억원)를 새로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라운드는 기업가치 120억 달러(약 17조 1,000억원) 기준으로 이뤄졌고, 스라이브 홀딩스가 처음으로 외부 기관 투자자에게 지분을 연 사례다. 설립 이후 누적 조달액은 30억 달러(약 4조 2,700억원)를 넘어섰다.
스라이브 홀딩스는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벤처캐피털 스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 조시 쿠슈너(Josh Kushner) 창업)이 2025년 4월 10억 달러(약 1조 4,200억원) 규모로 만든 별도 법인이다. 목적은 스타트업 지분을 사는 대신, 회계·정보기술(IT) 서비스 같은 전통 산업의 회사를 직접 인수해 만기 없이 영구 보유하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스라이브 캐피털이 오픈에이아이에 투자한 뒤 자사가 투자한 사모펀드(PE)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오픈에이아이 API를 활용한 효율화를 제안했지만 호응이 크지 않자, 아예 직접 회사를 사서 실험해보기로 한 데서 출발했다고 전해진다.
2025년 12월에는 오픈에이아이가 스라이브 홀딩스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현금 대신 자사의 리서치·프로덕트·엔지니어링 인력을 포트폴리오 기업에 파견하고 AI 플랫폼 접근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분을 받는 구조로 전해진다. 현재 스라이브 홀딩스 산하에는 회계법인을 묶은 커런트(Current, 50여 개 법인·2,000여 명), 관리형 IT 서비스(MSP, 기업의 서버·네트워크·보안을 대신 운영해주는 외주 IT 업체)를 묶은 실드(Shield, 20개 안팎 업체)를 포함해 70여 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왜 이것을 AI 롤업이라 부르나
전통적인 사모펀드 롤업과 스라이브 홀딩스의 차이는 두 가지다. 첫째는 보유 기간이다. 사모펀드는 통상 3~7년 안에 인수한 회사를 되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지만, 스라이브 홀딩스는 만기 없는 '영구자본(permanent capital)' 구조를 표방한다. 팔지 않고 계속 들고 가면서 AI로 운영 효율을 끌어올려 이익 자체를 키우겠다는 셈법이다.
둘째는 인수 대상 산업을 고른 논리다. 회계와 IT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규칙 기반의 반복 업무 비중이 높고 처리량이 많은 업종이다. 세금 신고서 작성이나 고객 문의 티켓 처리처럼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업무가 많아서, 대형언어모델을 붙였을 때 효과를 검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여기에 두 업종 모두 미국에서 자격증을 가진 숙련 인력의 공급이 은퇴와 채용난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조건이 겹친다. 이 매체가 앞서 다룬 커런트(회계, 2026년 8월 6일 자)와 실드(IT 서비스, 8월 8일 자) 사례에서도 같은 구조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20억 달러 조달이 다른 층위의 사건인 이유는, 개별 사업부가 아니라 두 사업부를 포함한 상위 지주회사 자체가 처음으로 외부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패턴이 스라이브 홀딩스만의 것은 아니다. 2026년 7월에는 경쟁 AI 랩 앤트로픽(Anthropic)이 블랙스톤(Blackstone), 헬먼앤프리드먼(Hellman & Friedma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손잡고 15억 달러(약 2조 1,4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오드 위드 앤트로픽(Ode with Anthropic)을 출범시켰다. 두 사례 모두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사모 자본과 직접 결합해, 라이선스 판매 대신 지분으로 대가를 받으며 전통 기업 안에 엔지니어를 심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AI 랩 입장에서는 API 매출을 넘어 기업가치 상승분을 직접 취할 수 있고, 자본 쪽에서는 검증된 AI 도입 파트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스라이브 홀딩스가 공개한 성과 지표는 여전히 회계 사업부 커런트의 '택스 에이아이(Tax AI)'에 집중돼 있다. 이번 세무 신고 시즌에 7,000건 넘는 세금 신고서를 처리했고, 정확도는 최대 98퍼센트, 신고서 준비 시간은 평균 30퍼센트 넘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유지된다면 회계 인력의 시간당 원가가 낮아지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신고서를 처리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자문 업무로 시간을 옮길 여지가 생긴다.
지주회사 층위에서 봐야 할 숫자는 밸류에이션이다. 2025년 4월 10억 달러로 출발한 지 1년 4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2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는 것은, 개별 회계·IT 회사를 낱개로 매각할 때보다 훨씬 높은 배수를 받았다는 뜻이다. 통상 소형 전문서비스 회사는 후계자 불확실성과 고객 이탈 위험 때문에 개별 매각 시 낮은 배수로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자산 70여 개를 하나의 브랜드, 공통 AI 플랫폼, 그리고 오픈에이아이라는 기술 파트너십으로 묶으면 개별 자산의 합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지주회사형 롤업의 핵심 논리다. 다만 120억 달러는 비상장 라운드에서 투자자들이 합의한 사적 평가액이라, 공개시장에서 검증된 수치는 아니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한계와 미지수
가장 자주 제기되는 비판은 오픈에이아이와 스라이브 홀딩스 사이의 거래 구조다. 블룸버그(Bloomberg)와 테크크런치는 이를 오픈에이아이 생태계 안에서 반복되는 '순환 거래(circular deal)'로 짚었다. 오픈에이아이가 투자한 회사가 다시 오픈에이아이 기술을 도입해 오픈에이아이의 매출과 기업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스라이브 홀딩스 쪽은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이전부터 AI 도구 도입을 원했다며 이런 지적에 반박하지만, 오픈에이아이의 정확한 지분율이나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98퍼센트라는 정확도 수치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나머지 2퍼센트의 오류를 누가, 언제 걸러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신고처럼 오류가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업무에서는 작은 오차율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120억 달러라는 기업가치 역시 사모 라운드에서 투자자들이 합의한 값일 뿐, 아직 어떤 형태로도 시장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계 사업부의 한 시즌 실적 지표를 빼면 70여 개에 이르는 인수 법인 전체의 통합이 실제로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는지,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개 자료는 아직 없다.
한국에 남는 질문
한국에는 아직 이런 식으로 AI 랩이 직접 지분을 쥐고 전통 서비스 산업을 사들이는 지주회사 실험이 없다. 국내 회계·세무·IT 서비스 시장도 승계 문제와 인력난을 함께 겪고 있다는 점에서 조건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미국처럼 외부 자본이 회계법인이나 전문서비스 회사의 지분을 자유롭게 인수할 수 있는지는 업종별 규제가 다르므로, 이 부분은 별도로 따져볼 문제로 남는다.
참고한 자료
- OpenAI-backed Thrive Holdings raises $2B to bring AI to the enterprise (TechCrunch)
- OpenAI takes an ownership stake in Thrive Holdings to accelerate enterprise AI adoption (OpenAI)
- OpenAI's Investment Into Thrive Holdings Is Its Latest Circular Deal (TechCrunch)
- OpenAI takes stake in Thrive Holdings to help accelerate enterprise AI adoption (CNBC)
- Anthropic, Blackstone bet the next trillion-dollar AI business is implementation, not just models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