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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배관 수리업체를 사 모은 롤업이 100억 달러 몸값을 받은 이유 — 에이펙스 서비스 파트너스

딜 개요: 20억 달러를 받은 냉난방·배관 롤업

2026년 5월 말,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가 에이펙스 서비스 파트너스(Apex Service Partners)에 소수 지분 투자 형태로 20억 달러(약 2조 8,000억원)를 넣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거래로 부채를 포함한 에이펙스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4조 2,000억원)로 매겨졌다. 정확한 지분율 등 세부 조건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고, 회사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에버코어(Evercore)를 자문사로 두고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펙스는 2019년 알파인 인베스터스(Alpine Investors)의 지원을 받아 탬파(Tampa)에서 설립된 회사다. 냉난방(HVAC), 배관, 전기 공사 등 미국 가정을 대상으로 한 설비 수리 서비스 업체를 계속 인수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2026년 5월 기준 미국 46개 주에서 75개 지역 브랜드(다른 시점 자료는 최대 107개까지 언급한다), 150여 개 거점을 운영하며 직원 수는 1만 3,000명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연매출은 30억 달러(약 4조 2,700억원),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5억 달러(약 7,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약 60건의 인수를 마무리했다는 자료도 있어, 거의 매주 한 곳씩 사들인 셈이다. 이번이 첫 대형 자본 조달도 아니다. 2023년 10월에는 알파인 인베스터스가 34억 달러(약 4조 8,400억원) 규모의 단일 자산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해 에이펙스 지분을 재편했는데, 이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단일 회사 대상으로는 손꼽히는 규모의 거래로 꼽힌다. 회사 측은 이번 아폴로 투자금을 지역 확장, 다업종(멀티트레이드) 서비스 확대, 기술·인재 인프라 강화에 쓰겠다고 밝혔다.

왜 하필 설비 수리업인가

냉난방·배관·전기 수리업은 롤업이 좋아하는 조건을 정확히 충족한다. 미국 내 HVAC 사업자만 3만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시장이 잘게 쪼개져 있고, 개별 업체는 대부분 창업자 한두 명이 소유·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자다. 승계자가 마땅치 않은 창업자가 은퇴 시점에 매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꾸준히 나온다. 여기에 미국 홈서비스 업종 전체에 288개의 사모펀드 계열 인수 플랫폼이 활동 중이고, 그중 HVAC·배관·지붕·방역 네 업종에만 60~76개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더 결정적인 조건은 인력 구조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채워지지 않은 HVAC 일자리가 11만 개에 달하고, 2027년까지 그 격차가 22만 5,000개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 인력의 30퍼센트가 55세를 넘겼고, 은퇴하는 기술자 다섯 명당 새로 들어오는 인력은 두 명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전체 숙련 기술직 인력난이 2026년 기준 1조 달러(약 1,424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전산화 수준은 낮은 편이다. 냉난방 설비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의 2026년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4퍼센트가 AI를 필수적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활용 중이라는 응답은 25퍼센트에 그쳤다. 파편화된 시장, 승계 매물, 극심한 인력난, 낮은 전산화라는 네 조건이 동시에 갖춰진 셈이고, 이는 회계·법률·관리형 IT 서비스 등 앞서 다룬 다른 롤업 업종과도 겹치는 패턴이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에이펙스처럼 여러 브랜드를 한 플랫폼으로 묶는 구조에서는 콜센터·배차(디스패치)·견적 산출처럼 각 지역 업체가 개별적으로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공통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 레버다. 업계 표준 소프트웨어인 서비스타이탄은 인공지능 음성 상담원을 통해 콜센터 과부하 시간대의 전화 응대를 대신하게 하고, 기술자의 판매 이력·숙련도를 바탕으로 어떤 작업에 어떤 기술자를 배정할지 예측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기능이 실제로 정착하면 콜센터·배차 인력에 들어가는 시간당 원가가 줄고,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통화와 예약을 처리할 여지가 생긴다. 아폴로 발표 자료에서 에이펙스를 "AI 기반 플랫폼"으로 지칭한 것도 이런 통합형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멀티플(기업가치 대비 이익 배수) 재평가 논리도 뚜렷하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개별 HVAC 업체 하나를 인수할 때는 EBITDA의 69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여러 업체를 묶은 통합 플랫폼을 다음 투자자에게 넘길 때는 812배까지 배수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창업자 한 명에게 고객 관계와 현장 노하우가 묶여 있는 개별 자산보다, 공통 브랜드와 예약·배차 시스템 아래 묶인 플랫폼이 더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평가받는다는 논리다. 서비스 계약이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 비중을 키우는 구조라는 점도 배수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계와 미지수

다만 에이펙스에 관해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AI 성과 지표는 많지 않다. 앞서 다룬 관리형 IT 서비스 롤업 실드 테크놀로지 파트너스(Shield Technology Partners)가 자체 자동화 엔진의 처리 시간 단축률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과 달리, 에이펙스와 아폴로 측 발표는 "기술·인재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수준의 선언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 도구는 서비스타이탄 같은 외부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범용 기능이고, 에이펙스가 이를 100여 개 브랜드 전체에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했는지, 그 결과로 영업이익률이 실제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검증된 수치가 없다.

통합 과정의 위험도 만만치 않다. 60건 넘는 인수를 매년 처리하는 속도전에서 인수된 업체의 기존 고객 관계와 현장 기술자 이탈을 어떻게 막을지가 관건이다. 서비스 품질이 지역마다 편차가 크면 플랫폼 전체의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 또한 2023년 컨티뉴에이션 펀드, 2026년 아폴로 투자로 이어지는 자본 재편 구조 자체가 기존 투자자의 지분 회수 시점을 계속 늦추는 방식이라,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화 시점이 불투명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성과는 자금 조달 규모와 인수 건수라는 '입력값'에 집중돼 있고, AI 도입이 실제로 원가를 얼마나 낮췄는지는 회사가 비상장이라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한국에도 설비·시공·수리업은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고 고령화된 기술 인력 구조를 가진 업종이 많다. 다만 미국처럼 표준화된 예약·배차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만 먼저 진행하면, 통합의 이점 없이 개별 사업장을 늘리는 데 그칠 위험이 크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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