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을 사 모으는 사모펀드 — 법률 서비스 롤업이 가장 어려운 이유
딜 개요: 로펌을 직접 사지 못해 뒷단만 산다
2026년 1월, 코네티컷주 대리언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업리프트 인베스터스(Uplift Investors)가 첫 투자를 발표했다. 인신상해(개인상해, personal injury) 전문 로펌 더들리 드보지어(Dudley DeBosier Injury Lawyers)와 손잡고 '오리온 리걸 MSO(Orion Legal MSO)'를 설립한 것이다. 이후 휴즈 앤드 콜먼(Hughes & Coleman Injury Lawyers), 존 포이 앤드 어소시에이츠(John Foy & Associates)가 잇달아 공동 파트너로 합류하며 여러 주에 걸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같은 해 5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부티크 로펌 마수미 플러스 콘솔리(Massumi + Consoli,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 사모펀드·M&A 팀 출신들이 2015년 설립)가 댈러스의 사모펀드 트라이브 캐피털(Trive Capital, 운용자산 85억 달러(약 12조 1,000억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목적은 명확히 AI 역량 확충이었고, 실제로 이 로펌은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Harvey)를 도입해 방대한 계약서에서 핵심 조항을 뽑아내고 시장 표준과 비교하는 작업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두 딜 모두 개별 사건이 아니라 흐름의 일부다. 로펌 인수 자문을 하는 로펌 홀랜드 앤드 나이트(Holland & Knight)의 법률서비스거래팀은 6개월 동안 15건 넘는 MSO 거래를 마감했고, 대형 로펌(AmLaw 100)부터 AI 네이티브 부티크, 상속·신탁 전문 사무소까지 100건 가까운 추가 거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2026년 1월 한 달에만 법률 AI 관련 거래 13건에 2억 4,800만 달러(약 3,530억원)가 투입됐다는 집계도 있다.
왜 하필 법률 서비스인가, 그런데 왜 유독 까다로운가
법률 서비스는 롤업의 통상적 조건을 갖췄다. 미국 인신상해 시장만 해도 연매출 550억 달러(약 78조원) 규모에 사무소 수는 약 5만 곳, 그 대부분이 창업 변호사 1인 체제로 운영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건 접수, 서류 정리, 의료기록 확보, 청구서 발송 같은 반복 업무 비중이 크고, 소형 사무소일수록 이 업무에 쓰는 기술 투자가 낮다. 여기까지는 주차장이나 회계사무소 롤업과 다르지 않은 조건이다.
다른 점은 규제다. 미국 대다수 주는 변호사협회 모델 규칙 5.4조를 따라 비변호사가 로펌 지분을 소유하거나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을 금지한다. 애리조나주가 2021년 이 규칙을 폐지하고 워싱턴 D.C.가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사모펀드는 로펌 자체를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온 우회로가 MSO 구조다. 변호사들이 '법률 행위를 하는 법인'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동안, 투자자는 기술·청구·마케팅·인사 같은 '법률 행위가 아닌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사들이고 두 법인을 장기 관리서비스계약으로 묶는다. 법률 자체가 아니라 법률을 둘러싼 사업만 사는 셈이다. 한국도 변호사법 제34조가 비변호사와 변호사의 동업·수익 분배·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어 구조상 결이 비슷하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MSO 구조에서 투자자의 수익은 로펌 지분이 아니라 관리서비스 수수료에서 나온다. 이 수수료의 크기는 MSO가 담당하는 뒷단 업무의 원가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 법률 AI 도구 하비는 2026년 3월 시리즈 투자에서 기업가치 110억 달러(약 15조 7,000억원)를 인정받았고, 2025년 말 기준 연환산매출(ARR) 1억 9,0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로펌들이 이 도구로 계약서 검토·리서치·초안 작성에 드는 변호사 시간을 줄이면, MSO 입장에서는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하거나 저부가 업무에서 확보한 시간을 사건 수임과 고객 응대로 재배분할 여지가 생긴다.
멀티플 재평가 논리도 다른 산업 롤업과 비슷하다. 창업 변호사 1인 사무소는 그 변호사가 은퇴하거나 사망하면 사건 관계와 평판이 함께 사라지는 위험 때문에 개별 매각 시 낮은 가치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사무소를 하나의 브랜드·기술 플랫폼으로 묶으면 이 승계 위험이 분산되고, 투자자는 개별 사무소보다 플랫폼 전체에 더 높은 배수를 매길 근거를 얻는다. 다만 오리온 리걸이나 마수미 플러스 콘솔리 거래의 구체적인 인수가·배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계와 미지수
가장 큰 물음표는 아직 아무도 이 구조의 경계를 명확히 그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주 변호사협회도 MSO에 대한 표준 지배구조 지침을 낸 적이 없고, '경영 지원'과 '법률 행위에 대한 실질적 통제'의 경계를 판단한 법원 판례도 아직 없다. 의료업계가 30년 앞서 비슷한 MSO 구조를 써 온 경험은 좋은 참고가 되는데, 처음엔 깨끗하게 분리됐던 지배구조가 인력 배치·일정 관리·수익 최적화 도구를 통해 시간이 지나며 사실상 투자자 통제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반발도 이미 시작됐다. 콜로라도주는 2026년 6월 '법률 실무 완전성 및 수수료 분배 금지법(HB26-1421)'을 제정해 모델 규칙 5.4조의 원칙을 아예 법률로 격상시키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신설했다. 인신상해처럼 성공보수(승소 시 배상금의 일정 비율을 받는 방식) 구조인 사건에서는 투자자의 수익이 사건 처리 속도·건수에 좌우되는 반면 의뢰인의 이익은 반드시 그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해상충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오리온 리걸이나 마수미 플러스 콘솔리 같은 사례가 성공모델로 굳어질지, 규제 강화로 위축될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법률 서비스는 승계 문제와 낮은 자동화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른 전문서비스 롤업과 조건이 겹치지만, 비변호사 소유 금지라는 규제 장벽 때문에 인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유일한 업종이기도 하다. 이 구조적 우회가 오래 버틸지, 아니면 규제가 먼저 따라잡을지가 이 업종 롤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인다.
참고한 자료
- Uplift Investors Launches and Closes First Investment, Forming Orion Legal MSO with Dudley DeBosier Injury Lawyers (BusinessWire)
- Private Equity Woos Personal Injury Law Firms with Profits, Tech (Holland & Knight)
- Why Private Equity Is Targeting Personal Injury Law Firms in 2026 (CSuite Financial Partners)
- Legal AI Startup Harvey Raises Funds at $11 Billion Valuation (Bloomberg)
- Private Equity Is Coming for Law Firms—and the Rules Aren't Ready (CLS Blue Sky Blog, Columbia Law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