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을 사 모으는 이유 — 커런트(Current)의 5억 달러 회계 AI 롤업
딜 개요: 회계법인 30곳을 묶은 지주 플랫폼
2026년 6월, 미국 회계 플랫폼 크리트 프로페셔널스 얼라이언스(Crete Professionals Alliance)가 사명을 커런트(Current)로 바꾸며 회계법인 인수 계획을 재확인했다. 202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스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의 운영 지주사 스라이브 홀딩스(Thrive Holdings)와 오픈에이아이(OpenAI)의 투자·기술 지원을 받는다.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지비에스 파트너스(ZBS Partners) 등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커런트는 미국 전역의 독립 회계법인 30곳 이상, 직원 2,000명 이상을 거느린 미국 상위 30위권 회계법인이다. 2025년 한 해에만 10곳 넘는 회계법인을 인수하며 빠르게 커졌고, 어카운팅 투데이(Accounting Today)는 이 회사를 2025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계법인으로 꼽았다. 규모를 나타내는 수치는 자료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25년 시점 보도에서는 연매출 3억 달러(약 4,300억원) 이상에 법인 30여 곳으로 소개됐고, 리브랜딩 이후 자료에서는 법인 수가 48곳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회사는 앞으로 2년간 5억 달러(약 7,100억원)를 투입해 미국 회계법인을 계속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구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분 설계다. 전통적인 사모펀드(PE) 롤업은 인수 대상 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입해 기존 파트너를 고용 관계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커런트는 인수한 회계법인의 원래 파트너들이 소수 지분을 계속 보유하도록 설계했다. 지역 리더십과 고객 관계를 그대로 유지시켜 인수 이후 이탈을 막으려는 장치로 풀이된다.
왜 하필 회계법인인가
회계업은 AI 롤업의 교과서적 조건을 여러 개 동시에 충족하는 산업이다. 첫째는 승계 절벽이다.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 추산으로는 현직 공인회계사의 75퍼센트가 앞으로 15년 안에 은퇴할 예정이고, 저널 오브 어카운턴시(Journal of Accountancy) 조사에서는 미국 회계법인의 약 절반이 향후 5년 안에 파트너 최소 1명을 은퇴로 잃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200만~1,000만 달러 규모 중소형 회계법인은 파트너의 65.5퍼센트가 50세 이상이고, 1인 개업 회계사무소는 그 비율이 71.1퍼센트에 달한다. 그런데도 승계 계획을 문서화해 둔 회계법인은 전체의 절반이 안 되고, 1인 개업 회계사 중 후계자를 이미 정했거나 소유권 이전을 직원과 논의한 비율은 22퍼센트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팔 사람은 많은데 물려받을 사람이 없는 시장이다.
둘째는 파편화다. 미국 회계업은 대형 회계법인(빅4 등)을 제외하면 지역 단위 소형·중형 사무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다. 셋째는 낮은 기술 투자 수준이다. 소형 회계사무소는 세무 신고 시즌마다 반복 작업에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을 오래 유지해 왔고, 인력난 속에 자동화 투자를 할 여력도 유인도 부족했다. 마침 미국 대학의 회계학 전공 등록자가 2026년 봄 학기 기준 전년 대비 8.9퍼센트 늘어 3년 연속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지만, 오랜 감소분을 되돌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승계자 부재, 파편화된 소유 구조, 낮은 자동화 수준이 겹치면 외부 자본이 규모를 만들고 표준화된 도구를 얹기 좋은 조건이 된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커런트가 공개한 성과 지표는 세무 신고 업무에 집중돼 있다. 오픈에이아이와 함께 개발한 '택스 에이아이(Tax AI)'는 이번 세무 신고 시즌에 7,000건의 세금 신고서를 처리했고, 참여 회계사들의 신고서 준비 시간이 평균 31퍼센트 줄었으며 정확도는 최대 98퍼센트에 달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사례로는 한 회계사가 전년 180시간 걸리던 작업을 15시간에 끝냈다는 수치도 있다. 이 숫자가 사실이라면 세무 신고 시즌 동안의 인건비성 원가(신고서 1건당 투입 시간)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신고서를 처리하거나 고객 자문 같은 부가가치 업무에 시간을 재배분할 여지가 생긴다.
멀티플(기업가치 대비 이익 배수) 재평가 경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소형 회계법인은 개별로 팔릴 때 고객 이탈 위험과 후계자 불확실성 때문에 낮은 배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개별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국가 단위 브랜드, 채용 네트워크, 공동 AI 도구를 얹으면 개별 자산일 때보다 높은 배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롤업 투자자들의 통상적인 논리다. 다만 커런트가 실제로 개별 회계법인을 얼마의 배수로 인수하고 플랫폼 전체를 얼마로 평가받는지는 공개된 수치가 없다. 이 부분은 추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계와 미지수
가장 큰 물음표는 신뢰다. 회계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6퍼센트가 AI 사용의 윤리적 문제를 우려했고, AI 도구를 완전히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9퍼센트에 그쳤다. 감사 담당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88퍼센트가 AI가 전문가적 판단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객 쪽에서는 89퍼센트가 회계 업무에서 AI가 어디에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실제로 AI 사용 정책을 문서화해 둔 회계법인은 21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공급자와 고객 양쪽에서 신뢰 격차가 아직 크다는 뜻이다.
교육 측면의 우려도 있다. 신입 회계사는 반복적인 전표 확인·신고서 작성 업무를 하면서 오류를 걸러내는 감각을 익혀 왔는데, 이 업무를 AI가 상당 부분 대신하면 다음 세대 회계사가 그 감각을 어디서 익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커런트가 공개한 성과도 한 번의 세무 신고 시즌 데이터에 그친다. 30곳에 이르는 인수 법인의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통합하는 작업, 그리고 소수 지분만 유지하는 파트너들이 장기적으로도 인수 이전만큼 헌신할 것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참고한 자료
- Thrive-backed accounting firm Crete to spend $500 million in AI roll-up (Yahoo Finance/Reuters)
- Crete Professionals Alliance Rebrands as Current to Equip Independent Accounting Firms to Compete at Enterprise Scale (Yahoo Finance/BusinessWire)
- Buy the Firm, Then Rebuild It With AI (PYMNTS)
- 7 retirement tips for small firm CPAs / succession data (Journal of Accountancy)
- Clients Believe AI Will Not and Cannot Replace Their Accountant (CPA Practice Advi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