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는 왜 항상 다른 회사로 먼저 가버리는가
채용 얘기를 하다 보면 대표들이 거의 똑같은 말을 한다. "그 친구 놓쳤어요, 다른 데 먼저 갔더라고요." 이력서는 계속 들어오는데 정작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항상 남의 회사로 간다. 사람들은 이걸 인재풀이 좁아서라고, 혹은 우리 회사가 매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채용 과정을 뜯어보면 원인은 거의 항상 다른 데 있다. 속도다.
지원자는 한 회사만 보고 있지 않다
"좋은 인재는 어차피 어디서든 뽑아간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하나 있다. 그 인재가 지금 이 순간 다른 회사 몇 곳과도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전제다. 채용 시장에서 뛰어난 후보일수록 혼자 기다리지 않는다. 여러 회사에 동시에 지원해두고, 가장 먼저 명확한 답을 주는 곳으로 마음이 기운다. 이력서를 내고 일주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회사와, 사흘 만에 1차 결과를 알려주고 면접 일정까지 제안하는 회사가 있다면 승부는 이미 갈린 것이나 다름없다. 채용은 회사가 사람을 고르는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회사를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잊는 순간 진다.
병목은 서류 심사가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에 있다
채용이 느려지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류를 읽는 시간 자체는 길지 않다. 진짜 시간이 새는 곳은 그 사이사이의 공백이다. 서류 합격 통보가 늦어지는 사흘, 면접관 일정을 맞추느라 오가는 이메일 대여섯 통, 면접이 끝나고 결과를 정리해 알려주기까지 걸리는 또 며칠. 담당자 한 명이 채용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같이 맡고 있으면 이 공백은 더 길어진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 침묵의 시간이 전부 "이 회사는 나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구나"라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는 담당자가 바빠서 잠깐 미룬 것뿐인데, 후보자에게는 관심이 식은 것처럼 보인다.
단계 사이를 에이전트가 상시로 채우게 하라
내가 권하는 방식은 이 공백을 사람이 짬을 내서 메우게 두지 않고, 각 단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에이전트가 상시로 처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류가 들어오면 정해둔 평가 기준에 따라 1차 스크리닝 결과를 바로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올리고, 합격·불합격 통보 메일은 초안까지 만들어둔다. 면접 일정은 후보자와 면접관의 가능 시간을 오가며 조율하는 대신 에이전트가 캘린더를 직접 맞춰 제안한다.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들의 평가를 정리해 다음 단계로 넘길지 판단할 근거를 미리 갖춰둔다. 이렇게 하면 후보자가 느끼는 침묵의 시간 자체가 사라진다.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후보자에게는 계속 다음 소식이 도착한다.
이건 채용 담당자의 역할을 줄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지원자를 붙잡아두는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손을 떼면, 담당자는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두 지점, 즉 서류와 면접에서의 역량 판단, 그리고 최종 오퍼 협상에 온전히 시간을 쓸 수 있다.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채용 건을 동시에 굴릴 수 있게 되니, 회사가 빠르게 커질 때마다 채용팀부터 먼저 늘려야 한다는 압박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채용 브랜드는 결국 응답 속도다
작은 회사일수록 대기업 채용 프로세스를 흉내 내려다 후보자를 잃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단계를 여러 개 만들고, 결재 라인을 촘촘히 두고,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끈다. 그런데 후보자 입장에서 신중함과 느림은 구분되지 않는다. 결과만 남는다. 나는 채용 브랜드라는 게 결국 응답 속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원자가 회사를 판단하는 첫 경험이 바로 이 과정이고, 여기서 느껴지는 속도와 정확도가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대신 증언한다.
굿닥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채용은 늘 아쉬운 영역이었다. 마음에 든 후보에게 다음 단계를 제안하기까지 하루이틀이 걸렸고, 그 사이 다른 회사에서 먼저 오퍼를 준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담당자를 더 뽑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라면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사람을 더 쓰기보다 에이전트를 먼저 세웠을 것 같다. 채용에서 지는 이유가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답을 늦게 줘서인 회사가 줄어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