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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매일 바뀌는데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화요일 아침 회의에서 매출 그래프가 꺾여 있는 걸 발견한 적이 다들 있을 거다. 다들 화면을 보면서 "어, 이상하네"라는 말만 반복하고, 정작 왜 꺾였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마케팅 담당은 캠페인 얘기를 하고, 세일즈 담당은 고객사 얘기를 하고, 대표인 나는 그 사이에서 누구 말이 진짜 원인인지 가늠하지 못한 채 "조사해서 다시 보고해달라"는 말로 회의를 끝낸다. 그리고 그 조사는 하루 이틀이 걸리고, 그 사이에 회사는 원인도 모르는 채 같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 굿닥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이 장면은 지겹도록 반복됐다.

대시보드는 "무엇"만 보여주고 "왜"는 안 보여준다

요즘 회사들은 대시보드가 넘친다. 매출, 전환율, 리텐션, 현금흐름까지 실시간으로 뜨는 화면을 다들 하나쯤 갖고 있다. "숫자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숫자가 실시간이라는 것과, 그 숫자가 왜 움직였는지를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전제다. 대시보드는 매출이 12% 빠졌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왜 빠졌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시보드 안에 있지 않고, 담당자의 머릿속과 메신저 대화방과 마케팅 캠페인 로그와 가격 변경 이력 같은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파편을 모으는 일은 늘 사람 몫이다. 누군가 캠페인 예산 집행 내역을 뒤지고, 누군가 그 주에 있었던 서버 이슈를 확인하고, 누군가 경쟁사가 뭘 했는지 검색해본다. 이 작업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 의사결정은 멈춘다. 매출이 왜 빠졌는지 이틀 뒤에 알게 되면, 그 이틀 동안 회사는 원인 모를 하락을 그대로 맞으며 흘러간다. 진짜 손실은 매출이 빠진 그 자체가 아니라, 원인을 몰라서 아무 대응도 못 한 이틀이다.

원인 후보를 미리 정의하고 상시로 대조하게 하라

내가 권하는 방식은 원인을 사람이 매번 처음부터 찾게 두지 않고, 원인이 될 만한 후보 목록을 미리 정의해서 에이전트가 상시로 대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매출이라는 지표 하나를 예로 들면, 이 숫자를 흔들 수 있는 후보는 생각보다 정해져 있다. 마케팅 캠페인 예산이나 소재가 바뀌었는가, 가격이 변경됐는가, 특정 채널에 장애나 정책 변화가 있었는가, 시즌성 요인이 있는가, 경쟁사가 프로모션을 시작했는가. 이런 후보군을 회사마다 미리 정리해두면, 에이전트는 지표가 흔들리는 걸 감지하는 순간 그 시점 전후로 발생한 이벤트 로그를 자동으로 대조해서 "매출이 빠지기 시작한 시점과 A 채널 광고 예산이 줄어든 시점이 겹친다"는 식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이건 에이전트가 원인을 확정해준다는 뜻이 아니다. 정답을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다만 사람이 시작하는 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전에는 "원인이 뭘까"라는 빈 질문에서 출발해 며칠을 뒤졌다면, 이제는 "이 두세 개 후보 중 뭐가 진짜일까"라는 좁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빈 종이에서 시작하는 것과 후보가 이미 정리된 종이에서 시작하는 것은 걸리는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 후보 목록은 한번 정리해두면 계속 재사용된다. 새로운 지표가 흔들릴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이벤트를 뒤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틀 안에서 대조만 반복하면 된다.

원인을 아는 순간 회의가 끝난다

이 구조를 붙이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회의의 성격이다. "조사해보겠습니다"로 끝나던 회의가, "이 두 가지 후보 중 어느 쪽이 맞는 것 같냐"는 논의로 바뀐다. 전자는 회의를 미루는 회의고, 후자는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는 회의다. 같은 한 시간을 쓰더라도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원인을 아는 순간 대응도 그 자리에서 정해진다. 캠페인 예산 문제면 그 자리에서 재배분을 결정하면 되고, 경쟁사 프로모션 문제면 그 자리에서 대응 여부를 논의하면 된다. 원인과 대응 사이의 시차가 짧아질수록, 문제가 커지기 전에 방향을 조금 트는 일이 가능해진다.

굿닥을 운영할 때는 매출이 흔들릴 때마다 원인을 찾는 데 하루 이틀이 그냥 지나갔다. 그때마다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각자 아는 걸 짜맞추는 회의를 몇 번씩 다시 열어야 했다. 지금이라면 그 상관관계 후보들을 에이전트가 미리 만들어놨을 거고, 나는 그중에서 진짜 원인을 골라 결정만 내리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숫자는 이미 다들 실시간으로 본다. 이제는 그 숫자에 이유가 따라붙는 회사가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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