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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략팀은 왜 모든 회사에 없는가 — 전략팀의 제품화

자문을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대비를 자주 본다. 매출 몇천억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엔 전략기획실이라는 부서가 있다. 시장을 상시로 스캔하고, 경쟁사 동향을 추적하고, 신사업 타당성을 검토한다. 반면 매출 몇십억, 몇백억 규모의 회사 대표들을 만나면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 정확히는 있긴 한데, 그게 대표 본인이다. 새벽에 뉴스를 훑고, 경쟁사 홈페이지를 가끔 들어가 보고, 업계 지인 만나서 얻어들은 얘기로 판단을 채운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지는데도, 전략팀을 따로 두는 회사는 여전히 드물다. 왜 모든 회사가 이 기능을 갖추지 못하는 걸까.

예방은 청구서로 증명되지 않는다

전략팀은 화재보험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화재가 안 나면 보험료는 그냥 나간 돈처럼 느껴진다. 화재가 나야 비로소 그 돈의 가치가 증명된다. 전략팀도 마찬가지다. 경쟁사가 진입하기 전에 미리 대응을 짜두거나, 시장이 꺾이기 전에 방향을 틀어두면 그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일이 안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인데, 안 일어난 일은 청구서로 만들 수가 없다. 반대로 영업팀은 계약서로, 마케팅팀은 유입 지표로 매달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 예산 회의에서 매달 증명 가능한 팀과 몇 년에 한 번 증명되는 팀이 경쟁하면, 후자는 늘 뒤로 밀린다. 규모가 작을수록 전략 기능이 가장 먼저 생략되는 이유다. 그리고 없어서 문제가 되는 순간은 늘 몇 년 뒤, 이미 손쓰기 늦은 시점에 온다.

넓게 보는 사람은 원래 드물다

두 번째 이유는 인재의 문제다. 좋은 전략가는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넓게 훑으면서 남들이 못 보는 연결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 능력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여러 산업을 오가며 감각을 축적해야 붙는 종류의 것이다. 그런 사람은 시장에 많지 않고, 있어도 대기업 전략기획실이나 컨설팅펌, 투자사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령 데려온다 해도 한 사람의 시야로는 한계가 있다. 산업 리포트, 경쟁사 동향, 소비자 트렌드를 매일 다 훑는 건 사람 한 명의 하루 안에 들어가는 분량이 아니다.

반복 가능한 부분부터 에이전트에게 넘긴다

그런데 전략팀이 하는 일을 뜯어보면 전부가 고차원 판단은 아니다. 시장 뉴스를 매일 스캔하는 일, 경쟁사의 가격이나 채용 공고 변화를 추적하는 일, 산업 리포트를 요약해서 대표가 읽을 분량으로 압축하는 일 — 이 절반 이상은 넓은 정보를 매일 빠짐없이 훑는 반복 작업이다. 나머지 절반,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판단만이 진짜 희소한 능력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이 둘이 분리되지 않아서, 판단력을 가진 비싼 사람을 뽑아야만 스캔 작업까지 같이 딸려 왔다. 에이전트는 이 결합을 풀어준다. 정보를 훑고 정리해서 "이런 변화가 있었고, 우리 사업엔 이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까지 던지는 일은 에이전트가 상시로 맡고, 대표는 그 위에서 방향만 정하면 된다. 전략기획실을 통째로 채용하는 대신, 그 기능을 회사 안에 심어두는 셈이다.

대표가 전략가가 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에이전트가 전략가를 대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략가의 희소한 판단력은 여전히 대체되지 않는다. 다만 그 판단력이 발휘되기 전에 거쳐야 했던,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방대한 사전 작업이 더 이상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대표는 매일 아침 정리된 스캔 결과를 받아 읽고, 그중 방향을 틀어야 할 신호가 있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몇백억대 회사도 대기업만큼 넓은 시야를 매일 가질 수 있다. 전략팀이라는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전략팀의 기능을 회사 크기와 무관하게 심어두는 것. 이게 다음 몇 년 동안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정보 격차를 가장 조용히, 가장 크게 좁히는 변화가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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