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계산서를 항목 단위로 읽는 법 — EBITDA 레버 찾기
자문을 하면서 대표들에게 손익계산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대부분 맨 아래 한 줄부터 본다. 순이익이 얼마 났는지, 지난달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거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왜 줄었을까요"라고 물으면 "글쎄요, 이것저것 나갈 게 많았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괜찮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네"라는 한마디로만 답하는 것과 비슷하다. 혈압도 괜찮고 간수치도 괜찮고 콜레스테롤도 괜찮은지는 검진표 안에 항목별로 적혀 있는데, 그걸 한 줄로 뭉개서 읽으면 어디가 나빠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손익계산서도 똑같다. 맨 아래 한 줄은 결과일 뿐이고, 그 위에 항목별로 늘어선 숫자들이야말로 진짜 읽어야 할 내용이다.
순이익 한 줄에는 몇 개의 레버가 숨어 있다
손익계산서를 위에서부터 뜯어보면 이렇다. 매출이 있고,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나온다. 여기서 판매관리비, 그러니까 인건비와 마케팅비와 임차료 같은 것들을 빼면 영업이익이 나오고, 여기에 현금이 실제로 나가지 않는 감가상각비를 다시 더하면 EBITDA가 나온다. 이 흐름을 보면 순이익이라는 결과는 사실 서로 다른 성격의 결정 서너 개가 곱해지고 더해진 최종값이라는 게 드러난다. 매출을 얼마나 냈는가, 그 매출을 만드는 데 원가가 얼마나 들었는가, 그 뒤에 조직을 유지하는 데 얼마가 들었는가. 이 세 가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문제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영 회의는 이 구조를 무시하고 맨 아래 숫자만 놓고 이야기한다. "이번 달 이익이 왜 이렇게 됐냐"고 물으면 다들 매출 얘기부터 한다. 매출총이익률이 흔들린 건지, 판관비가 늘어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를 먼저 갈라야 하는데 그 갈라내는 작업 자체를 안 한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억이고 매출원가율이 60%라면 매출총이익은 40억이다. 판관비가 30억이면 EBITDA는 10억이다. 여기서 매출원가율을 58%로 딱 2퍼센트포인트만 낮추면 매출총이익이 42억이 되고, 판관비를 그대로 둬도 EBITDA는 12억이 된다. 매출은 한 푼도 안 늘었는데 EBITDA가 20% 늘어난 셈이다. 매출을 20억 더 만드는 일과 원가율을 2퍼센트포인트 낮추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이 비교 자체를 해본 회사는 많지 않다.
항목마다 다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구조를 항목 단위로 쪼개면 좋은 점은 누가 그 레버를 당겨야 하는지가 같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매출원가율은 구매팀이나 생산 라인이 만지는 레버다. 공급처를 재협상하거나, 제품 믹스에서 마진 좋은 쪽의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마케팅비는 채널별 고객 획득 비용(CAC)을 보는 사람의 몫이다. 전환이 낮은 채널의 예산을 줄이고 좋은 채널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인건비는 조금 다른 종류의 레버인데, 여기서 흔히 착각하는 게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 사람을 줄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로 더 자주 통하는 건 같은 팀 규모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도록 인력 운용을 효율화하는 쪽이다. 반복 업무를 에이전트에게 넘기면 매출이 늘어도 인건비가 같은 비율로 늘지 않는다. 성장할 때마다 채용부터 하는 압박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EBITDA를 지키는 레버다.
이렇게 항목별로 담당과 방법이 갈리면, 경영 회의의 질문도 바뀐다. "이번 달 이익이 왜 이래"라는 뭉뚱그린 질문 대신 "매출총이익률이 떨어졌나, 판관비가 늘었나"부터 갈라 묻게 된다. 매출총이익률 문제면 구매팀과 제품 믹스를 봐야 하고, 판관비 문제면 채널별 CAC와 인력 운용 효율성을 봐야 한다. 같은 회의 시간에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되는 거다. "매출을 더 늘리자"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지금 이익이 흔들리는 원인이 매출 부족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다. 원인이 원가율이나 판관비 비대화에 있는데 매출을 더 늘리려고만 하면, 팔면 팔수록 더 큰 폭으로 손실이 나는 구조를 오히려 키우는 꼴이 된다.
매달 계기판을 한 번씩 훑어야 한다
항목 단위로 손익계산서를 읽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문제를 씨앗일 때 발견한다는 것이다. 매출총이익률이 1퍼센트포인트씩 슬금슬금 빠지는 건 그 자체로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여섯 달 쌓이면 EBITDA가 반토막 나는 사건이 된다. 반대로 매달 항목별로 마진율과 비용 비중을 계기판 보듯 훑어보면, 원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첫 달에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씨앗은 방향만 살짝 틀면 되지만, 다 자란 나무는 뿌리째 뽑아야 한다.
나는 상담을 오는 대표들에게 늘 손익계산서를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읽어보자고 권한다. 매출,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관비, 영업이익, EBITDA — 각 줄마다 지난달과 비교해서 뭐가 움직였는지, 그 움직임을 누가 책임지고 있는지 짚어보는 것만으로 회의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맨 아래 한 줄만 보고 일희일비하는 경영에서, 항목마다 누가 어떤 레버를 쥐고 있는지 아는 경영으로. 이 전환이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더 많은 대표들이 직접 느껴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