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xcorp

점들이 연결되기까지
— 창업자의 기록

임진석 · 10xcorp 대표

반복해서 본 장면

요즘 투자유치나 인수 검토 자문을 하다 보니 여러 대표님들을 만나게 된다. 영업력과 마케팅으로 매출 수십억을 만들고 이익도 내는, 실사구시가 몸에 밴 분들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장면이 나온다. 문제를 결산에서야 알게 되고, 회의에서 정한 것이 다음 회의까지 흐지부지되고, CRM은 도입했는데 비어 있고, 기업가치는 궁금한데 어디서부터 계산해야 할지 모른다.

회사가 나빠서가 아니다. 경영이 사람의 기억과 감에 얹혀 있어서다. 대기업은 이 문제를 전략팀으로 푼다. 숫자를 읽고, 구조를 그리고, 실행을 추적하는 사람들. 좋은 전략팀은 회사를 바꾼다. 그런데 왜 모든 회사가 가질 수 없는가. 비싸고, 희소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나는 오래 붙잡고 있었다.

나의 점들

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팀장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경영을 감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읽는 훈련을 거기서 받았다. 이후 100여 개 자회사를 둔 옐로모바일에서 CSO로 일하면서 업종이 전혀 달라도 경영의 골격은 같다는 것을 배웠다. 손익의 눌린 지점, 의사결정이 새는 지점, 실행이 끊기는 지점 — 회사마다 다른 것 같지만 패턴은 반복된다.

2011년부터는 직접 사업을 했다. 굿닥이라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12년 운영했고, 창업과 상장과 엑시트를 겪었다. 상장사를 경험하며 자본시장의 냉혹한 “싯가”를 배웠다. IR을 잘한다고 올라가지 않고, 때로는 실적이 좋아져도 올라가지 않는 숫자. 펀더멘탈과 멀티플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계좌로 배운 셈이다. 그리고 자문을 하며 그 반대편 — 높은 밸류에 취해 감당 못 할 약속을 하고 무너지는 회사들 — 도 수없이 봤다.

지금은 (주)이스트소프트와 (주)인포뱅크의 경영자문을 맡아 AX(AI 전환)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고, 디캠프(d·camp)의 그로스 코칭 멘토로 위촉되어 창업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은 지금도 매주 나에게 새 데이터를 준다.

전략의 언어, 자본의 언어, 현장의 언어. 세 개의 언어를 다 배웠지만 오랫동안 이것들은 그냥 흩어진 점이었다.

도구가 도착했다

AI가 그 점들을 연결했다. 1억의 인건비가 들어야 해결되던 일이 30만원에 풀리는 것을 매일 체감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전략팀이라는 기능을 이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숫자를 읽는 것도, 구조를 그리는 것도, 실행을 추적하는 것도 에이전트가 매일 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대표가 정하고, 실행은 에이전트가 하고, 결과는 숫자로 쌓인다.

먼저 나 자신에게 적용했다. 12년 운영한 회사의 경험 전체를 Post-AI 방식으로 재건축해봤고, 실제 기업 환경의 엔게이지먼트들에서 같은 구조가 반복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10xcorp의 방법론은 이론이 아니라 그 재건축의 산출물이다. 이 사이트와 체험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데모다.

돌아보면 전략팀장의 훈련은 무엇을 만들지를, 자본시장의 경험은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현장의 12년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가르쳐줬다. 그리고 AI가 수단을 줬다. 각각은 우연 같았지만, 연결되고 나서 보니 전부 이 일을 위한 준비였다. Connecting the dots는 뒤돌아볼 때만 보인다는 말을 이제 믿는다.

내가 가려는 곳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지속경영이든 — 기업가치 자체를 다뤄주는 AI 솔루션은 아직 없다. 나는 그것을 만들고 있다. 개인과 조직의 암묵지가 형식지가 되어 회사의 지식자산으로 쌓이고, 에이전트와 자가개선 루프가 그 자산에 복리를 붙이는 구조.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고 지속성 있는 경영.

그렇게 펀더멘탈과 멀티플이 함께 오르면, 검증된 운영체제를 다음 회사에 복제하는 길(AI Roll-up)도 열린다. 사업가의 꿈과 투자자의 문법 사이를 통역하며, 실사구시하는 경영자들이 자기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올리는 것을 돕는 일. 그것이 10xcorp이고, 내가 남은 커리어를 걸기로 한 이유다.

경험을 코드로 새기고, 이익으로 풀어낸다(encode experience, decode profit). 이 한 문장을 지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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